Blackbox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퍼즐을 푸는 데 탭이나 스와이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닙니다.
진짜 혁신은 주어진 미묘한 단서들을 찾아내고
해법을 발견하는 데 들이는수많은 시간들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iPhone을 기울여야 할까요?
아니면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러 볼까요?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 퍼즐을 푸는 순간
커다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Apple Design Award 수상작 Blackbox입니다.
- App Store 에디터의 노트 소개글
Blackbox란?
Blackbox(블랙박스)는 다소 희한한 제목의 iOS 전용 모바일 퍼즐 게임으로 2016년 2월에 출시되었습니다. 2017년 WWDC(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애플 세계개발자 회의)에서 ADA(Apple Design Award) 게임 부문에서 수상을 했으며, 작성 시점에서 15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습니다.
게임의 튜토리얼을 켜면 볼 수 있는 '블랙박스'의 정의 그대로 블랙박스는 여러분이 손에 쥔 기기를 "신비하거나 알 수 없는 내장 기능 또는 장치"들로 가득한 하나의 퍼즐 박스로 바꿔버립니다.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좌절감을 일으키고 프로그램과 머리싸움을 하게 만들죠. 도대체 어떤 퍼즐들이 이 '검은 상자'에서 우리를 괴롭힐까요?
Blackbox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iOS와 Apple의 모바일 기기들의 기능과 특성에 기반한 퍼즐입니다. 매 퍼즐마다 미니멀한 비주얼과 음향 효과로 단서를 제공하고, 이 단서가 가리키는 기능을 알맞게 이용하면 퍼즐을 하나씩 클리어하게 됩니다. 이러한 퍼즐을 챌린지(Challenge)라고 합니다. 챌린지의 가장 작은 개별단위를 라이트(Light)라고 하며, 퍼즐을 해결하고 나면 켜진채로 유지되어 어디까지 클리어했는지 진행도를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하거나 관련있는 기능을 같이 사용하는 라이트들이 같은 색상으로 묶여 있는 것을 챌린지 유형(Challenge Type)이라고 부릅니다. 한번에 챌린지 내에 있는 모든 라이트를 켤 필요는 없으며 어려운 라이트는 나중에 다시 도전해서 켤 수 있습니다. 게임은 메인 화면이자 검은 좌표판인 홈 그리드(Home Grid)에 나타나는 라이트를 얼마나 많이 켤 수 있는지를 다른 유저와 경쟁하며 iPhone의 기능 숙련도를 시험합니다.
대부분의 다른 게임 앱은 터치스크린 조작계에 의존합니다. Blackbox에서는 풀이 과정에서 터치스크린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이폰의 어떤 기능적 요소를 쓰고 어떤 센서를 반응시켜야 하는지 유저의 직관과 상식을 시험합니다. 영상에 나온 것들만 해도 자이로/관성 센서나 마이크, 심지어는 GPS와 고도 위치 추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클리어하며 자신도 몰랐던 기능이 어떻게 동작하고 나타나는지를 처음 배우신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결국 우리가 견지해야 할 최고의 자세는 인내하는 것입니다. 끈기를 갖고 iPhone의 모든 기능을 샅샅이 살펴보세요. 어느새 퍼즐이 풀린 화면을 받들고 뛸 듯이 기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iPhone의 평범한 기능이 퍼즐의 열쇠가 될 수 있다니.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는 기가 막힌 발상의 전환을 직접 체험해 보세요. - 오늘의 게임: Blackbox 스토리
블랙박스는 처음부터 수많은 과제들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검은 그리드에 나타나는 꺼진 라이트를 켜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면 문제가 풀리고 점점 그리드가 알록달록한 라이트로 채워져 나갑니다. 오로지 모든 라이트를 켜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익숙하지 않은 기계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개발자 Ryan의 이야기
Ryan McLeod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 신동으로 소문이 났고,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 설계를 전공하고 애플과 에어비엔비에서 프론트엔드 프론트엔드 웹 어플리케이션 인턴 개발자로 근무했습니다. 자신이 프론트엔드 개발보다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iOS를 이해하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여럿 진행하게 됩니다.
iPhone 6S가 처음 3D Touch라는 개념을 탑재하고 세상에 등장하자 3D Touch의 API를 활용해 아이폰을 저울로 활용할 수 있는 Gravity라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기기 파손 우려와 오남용 위험으로 정식으로 출시되지는 못했지만 세상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 경험에서 iOS의 다양한 센서와 기능이 iPhone을 단순한 전화기나 게임기가 아닌 다른 뭔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에 착안해 감명깊게 느꼈던 여러 앱을 조사하며 2014년 말부터 1년 넘는 기간 동안 게임의 초석이 될 여러 퍼즐들을 설계하면서 Blackbox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증강현실 사운드와 같이 특정한 방식으로 푸는 퍼즐이 있는 영화 Inception의 홍보용 어플리케이션이나 시간에 맞춰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일정 앱 Clear Todo, 음악이 들리거나 배터리 잔량이 낮으면 반응하는 핸드폰을 다마고치처럼 만드는 미니게임 Hatch 등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적으로 터치하지 않고 문체를 해결하는 퍼즐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라이언이 인상깊게 플레이한 Braid, Machinarium, Fez, Monument Valley, Portal과 같은 게임에서는 게임을 하지 않을 때조차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 현상을 느꼈었는데, 이들은 인위적으로 보상을 지급하지 않고도 문제 해결을 위해 사고방식의 틀을 깨는 데에서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제공한다는 명확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Blackbox 내 퍼즐 챌린지의 지향점을 정의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초창기의 모든 퍼즐들은 애플 기기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Objective-C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라이언은 아이폰의 각 기능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라이브러리 킷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가령 일출이나 일몰의 시간을 체크한다거나, 배터리의 잔량과 현 상태를 색깔로 읽는 등, Blackbox의 독특한 단서 디자인의 핵심 요소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근래 들어서 만들어지는 퍼즐들은 Swift를 이용해 개발하고 있으며, 예전 퍼즐들을 최신 iOS와 기기들에 맞춰 수정하는 것이 최근 작업 비중의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유지보수를 통해 아이폰 전용이었던 게임이 2021년 출시 기념일에 진행된 2.0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아이패드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라이언은 개발자로서 퍼즐의 기능 구현뿐 아니라 Blackbox의 모든 그래픽 아트와 기획 또한 담당합니다. 개발사인 Grow Pixel은 그의 1인 회사지만 기본적인 운영 뿐만 아니라 각종 SNS의 게시글 작성을 비롯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영상 편집 그리고 상품 디자인까지도 혼자 전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비주얼을 견고히 지탱하는 사운드와 햅틱 효과는 Gus Callahan의 작품인데, 인디 게임 팀으로는 최소한에 가까운 규모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라이언은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1년여에 가까운 테스트를 거쳐 수많은 베타 테스터 유저들이 대부분의 퍼즐을 테스트하고 품질을 검수했으며, 크레딧 롤에서 이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지화, 즉 안내 메시지와 힌트도 다른 회사에 외주를 맡긴 것이 아니라 각국의 유저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번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했습니다. 현재는 상당히 많은 국가의 언어들로 번역이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이고, 한국어 역시 김한솔(Zvuc)님에 의해 현지화를 마쳤습니다.
그 외에 특이하게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라이언이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이 게임은 VoiceOver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iOS용 화면 읽기 프로그램인 보이스오버는 이 어플리케이션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이 힌트를 청각으로 인지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거의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시각 효과를 이용한 힌트가 게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퍼즐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독특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VoiceOver는 아이폰의 3D 터치와 정교하게 설계된 햅틱 진동 음향과 맞물려, 장애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퍼즐 해결의 유쾌한 고통(?)을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라이언은 자평했습니다. Blackbox의 성과 일부는 시각 장애우 커뮤니티와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여러 라이브러리 킷을 라이엇이 수용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접근성과 홍보 전략
Blackbox는 2016년 2월 25일 첫 출시 이후 6주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동년 10월에는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난무하는 애플 앱스토어의 차트에서 무료 퍼즐게임 하나가 어떻게 이런 고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Ryan은 개발을 시작하기 전 업계를 통찰하며, 모바일 게임 차트의 상당수가 진짜 도박을 압도할 태세의 확률 싸움과 과도한 소액결제로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유혹할까 몰두하는 앱으로 가득한 판이 되어가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 게임이 홀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는 타협하고 똑같은 길을 가는 대신 영리하고 정직한 솔루션을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은 챌린지 자체가 충분히 흥미롭다면 다양한 곳에서 그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전제를 세웠습니다.
모티브가 되었던 앱 중 Inception의 홍보 앱은 실제로 아프리카를 방문해야 퍼즐을 풀 수 있는 등 기상천외한 해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흔히들 집단 지성으로 어려운 난관을 풀어나가고는 합니다. 커뮤니티를 통한 해결 경험의 공유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하며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블랙박스의 경우 학생들이 학교에 커뮤니티 그룹 채팅을 개설하거나, 회사의 작업자들이 Slack 채널에서 좌절감을 공유하고, 부부간에 누가 먼저 챌린지를 해결했는지 경쟁이 일어나는 식으로 예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크고 다양하게 발생했다고 Ryan은 말합니다. 이러한 수많은 챌린지 해결을 위한 여정과 경험은 Blackbox의 공식 Twitter와 Facebook, Instagram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유와 추천 과정의 심리적인 장벽을 허무는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직접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을 느끼는 작업입니다. 라이언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내가 무언가를 평점을 매기고 공유하거나 구매했다면, 내가 기꺼이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사건은 뭘까?" 이에 대한 답으로 행위에 대한 실질적 보상과 함께 부담을 점진적으로 해소해, 결국에는 공유와 추천이 부가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필수적인 게임 플레이로 인식되도록 수많은 조정을 거쳤습니다.
처음 다운로드 링크를 내부 공유 시스템으로 공유하기 전, 플레이어는 테두리가 쳐진 사각형 라이트 여러 개가 잠겨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 위치한 공유 버튼을 누르게 되면 이 라이트들이 게임에서 공유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료 메타 챌린지이며, 이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링크를 공유하면 된다는 것을 명확히 나타냅니다. 사람들은 퍼즐을 얻기 위해 기꺼이 부담감을 떨쳐내고 첫 발을 디딥니다.
시작이 반이니, 다음 단계는 조금 더 수월합니다. 또다시 공유 버튼을 선택하면, 플레이어는 다른 사람이 플레이어가 공유한 링크를 통해 게임을 다운로드 할 때마다 1, 3, 6...개수가 점차 증가하는 힌트 보상을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힌트 보상보다도 함께 제공되는 위트있는 메시지가 사용자를 즐겁게 합니다. "다른 사람을 Blackbox로 고통받게 만드는, 끔찍한 일을 하셨네요!" 퍼즐을 푸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처럼, 기계적인 행위보다 좀 더 다양한 감정을 행위에 부여합니다.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플레이어 각각이 한명의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게임을 추천했습니다. 2017년 중반의 통계로는, 11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다른 16만명 이상에게 설치를 유도했으며, 336명 이상이 각각 10명 이상에게 게임을 전파했습니다. 가장 게임을 많이 전파한 사람은 469명 이상에게 설치를 유도했고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입니다.
수익화 모델
무료 퍼즐 게임은 기대 수익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닙니다. 많은 수의 어플리케이션이 스테이지 진입 시마다 광고를 띄우고, 이를 시청해야 추가 스테이지 그리고 퍼즐의 힌트 크레딧과 같은 추가 보상을 얻게 되는 구조를 강제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게임 자체의 수명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Blackbox는 출시된지 갓 6년이 되었고 다른 게임과 달리 광고 없이도 여전히 퍼즐이 추가되고 있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의 수익화 요소로 블랙박스가 계속해서 살아있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걸까요?
가장 생각하기 쉬운 것은 콘텐츠 팩, 즉 유료 DLC나 콘텐츠 잠금 해제 패스 등 추가 콘텐츠 분할 판매입니다. Blackbox도 레벨 패키지라고 칭하는 분할 방식을 통해 출시 시점부터 박식 팩(Erudite Pack)을, 어느 정도 이후 푸시 팩(Push Pack)이라는 $2.99씩의 추가 퍼즐 팩을 판매하다가, 일부 무료 퍼즐과 두 유료 팩을 $4.99 가격의 베이직 팩(Basic Pack) 하나로 병합하여 추가 구매 항목을 줄였습니다.
무료로 가능한 퍼즐이 줄어서 문제라 생각하겠지만, 총 콘텐츠의 가격은 $5.98에서 $4.99로 내려갔고 복수의 결제 과정에서 오는 부담감이 줄었습니다. 또한 통합한 팩은 한번만 구매하면 된다는 본래의 패스 개념에 더 알맞은 형태가 되어 오히려 접근성이 늘었습니다. 거기에다 반드시 매년 1회 이상은 패키지를 자체 할인이나 무료 이벤트로 풀어버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대놓고 모든 기대수익을 콘텐츠 분할 판매로 충당한다고는 보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퍼즐 게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힌트 크레딧 판매도 존재합니다. 다양한 수량의 크레딧 구매 옵션이 있으며, 흔히들 이용하는 다량 구매 시 할인율이 커지는 박리다매 효율 전략 문법은 블랙박스에서도 그대로 따르고 있기는 합니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한번에 얼마나 크레딧이 소비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퍼즐의 난이도를 얼마나 하락시키는지 여부일 것인데, 소비량의 경우 전체 힌트 개방에 유형마다 못해도 두 자릿수 크레딧은 들어가게 됩니다. 힌트 내용도 비유적인 내용이 많아서,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정적인 해법은 될 수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힌트 구조는 힌트 크레딧을 얻기 위한 공유 및 추천 구조와 힌트 해석을 위한 커뮤니티 유입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잦은 이벤트로 크레딧을 뿌리거나 베이직 팩에 크레딧 약간을 더해 전지전능 팩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면, 크레딧 판매가 콘텐츠 판매와 같이 결제 금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도 아직은 다른 BM이 필요할 것이라고 느껴질 것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기부 옵션입니다. 한국어로는 '개발자 밥 주기'라고 번역된 이 옵션은 각각 $7.99, $2.99인 두 기부 항목을 제시하고 각각 부리또(🌯)와 커피(☕) 아이콘을 달아놓았습니다. 여러번 중복해서 구입할 수 있는 기부 옵션으로 Ryan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게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정직한 그의 코멘트는, 사용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구걸이 아니라 유쾌한 농담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솔직함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감사의 표시로 이를 구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 기부 옵션 각각에 앱 자체 아이콘을 변경할 수 있는 보상용 아이콘을 추가로 붙어있기 때문에 수집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이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구입 시 격렬한 감사의 표시와 함께 크레딧 롤에 감사의 아이콘이 추가되는 것은 덤입니다.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이 기부 항목은 결과적으로 개발자의 존재를 환기시키며 친근감을 유도하기도 하면서, 수집욕을 자극하는 보상의 형태도 갖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식 상품의 판매 루트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퍼즐을 플레이한 갯수에 따라서 점차 인게임 그리드의 굿즈 상점 메뉴가 열려 가는 모습은 플레이어의 심리 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전세계로 배송 가능한 상점의 공식 어패럴과 악세서리는 힘겹게 퍼즐을 정복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증표임을 구매자에게 각인시키는 설명과 함께, 또 다른 보상 아이콘을 얻을 수 있는 수수께끼가 상품에 함께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줍니다. 구매자는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위치한 메가 상품 상자의 가격을 확인하고는 결정을 내립니다.
다시 돌아가서 Ryan의 입장이 되어봅시다. 인디 개발자가 본인의 게임 상품을 제작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그로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그는 Monetizr라는 게임 브랜드 보상 제공 솔루션 서비스 업체와 계약하여 상품 생산자 계약 및 판매 운영에 관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협업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보다 많은 경험과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는 해결책인 셈입니다.
디자인과 마케팅
Blackbox가 그저 기술적 성취만 앞세운 게임이었다면 사람들에게 반짝 인기를 끌고 끝나는 경우였을지도 모릅니다. 애플 디자인 어워드까지 수상한 이유를 살펴보면, 기술적인 면에 잘 결합되어 있는 미니멀한 아트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라이언이 직접 설계한 독특한 톤 앤 매너는 게임의 내부와 외부 모든 방면에서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앱의 아이콘부터 살펴보자면 기본적인 디자인은 모서리 꼭짓점이 둥글려진 사각형(Rounded-Square 혹은 Squircle) 윤곽을 기반으로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선보였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아이콘 디자인으로 익숙한 도형입니다. 애플 기기와 iOS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로 상징적인 도형을 썼다고 느꼈습니다.
인게임에서, 챌린지들의 디자인도 퍼즐답게 어느 정도의 모호함과 해답까지 직결되는 직관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디테일은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단순화했으면서도, iOS의 요소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알아볼 수 있는 단서의 도형과 배치, 색깔을 매칭하여 각 퍼즐마다 어떤 퍼즐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강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정답의 상황과 가까운 현실을 반영해 시각화하는 디자인도 재미있는 착안입니다. 모든 그래픽이 계절과 시간, 거리와 위치의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변화하는 것을 눈치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미 퍼즐의 해법을 알아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답을 맞추기 위해 길고 고독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런 고통조차 감내하고 욕심을 부리게 만드는 것은 손에 금방이라도 잡힐 듯한 해답을 유저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메뉴, 힌트 팝업, 상점 구매 창과 같은 UI 디자인도 둥글려진 사각형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매번 텍스트가 나와야 할 상황에서는 장황한 설명보다는 짧고 절제된 호흡의 문장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문자 외에 시/청/촉각(진동) 요소를 섞어 어떤 동작이 필요한지에 대한 피드백을 다각적으로 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특히 인게임에서는 터치 제스쳐 사용을 자제함에도 UI 플로우에서는 스테이지나 외부에 노출된 메뉴에 진입 시에는 라이트 혹은 동등한 크기의 UI 아이콘 탭핑이 그 역할을 하고, 뒤로 가기나 닫기 버튼 대신에 스와이프나 슬라이드, 드래그 등 제스쳐를 극대화한 피드백까지 써가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마치 메인 그리드를 기기의 홈 화면으로 삼아 아이폰이 선보였던 터치 제스쳐 플로우를 오마주하는 느낌이 듭니다. 버전 업데이트 시 iOS 버전 업데이트로 변경된 부분까지 적용하려는 모습으로 보아 확고한 디자인 철학인 듯 합니다.
마케팅에 활용되는 티저와 스틸샷, 홈페이지와 홍보 이미지 등 마케팅 측면에서도 위에서 언급된 '일관된 디자인 법칙'은 주효합니다. 챌린지별로 확고한 정체성이 느껴지는 채색과 도형, iOS 기기와의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게임의 내용이자 해법이 스포일러인 퍼즐 게임에서 퍼즐의 해결 과정으로 마케팅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독특한 경우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퍼즐의 난이도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심지어는 공식 상품의 모든 세부 디자인이나 패키지 박스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라이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인력이 없거나, 지나친 강박 증세로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라이언이 준비한 Blackbox라는 게임의 일부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저 게임의 로고만 박아넣은 일반적인 품질의 굿즈라면 질적으로 우수하고 비용면에서 저렴한 상용 일반 제품과 어떤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요? 게임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상품에 부여할 수 있을까요? 고민 끝에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품을 판매하기 보다는 굿즈의 구매를 통해 비로소 온전하게 퍼즐이 완성되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퍼즐의 일부로 기능하게끔 같은 디자인 철학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완성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게임 브랜드 상품 시장에서 사람들이 결제를 하게 만드는 것은 물건 그 자체의 쓰임새보다는 가치를 부여해 게임에 대한 애정을 건드리는 것임을 잘 알고, 이성적 설계와 감성적 호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수많은 팬들은 레딧과 디스코드와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라이언이 미처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생각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그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그가 클로즈 베타 테스터를 모으던 시절부터 힌트 크레딧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전도하는 사람까지, Blackbox라는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로 모여들어 커뮤니티에 정착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퍼즐에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는 유저를 위해 독창적인 추가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부터 시작하여, 애플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그를 눈여겨 본 테크니션들이 게임의 기술적인 문제나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의 팬아트와 인증으로 라이언에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라이언은 자신이 iOS를 배우기 위해 시작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로 인해 블랙박스의 아이콘을 문신으로 새기거나, 퍼즐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가 남극과 에베레스트까지 방문해서 인증하거나, 퍼즐의 단서를 교환하려다 결혼까지 이어진 커플(그리고 이들은 결혼식때 블랙박스를 언급했습니다)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게임을 만들기 전에 누군가가 이 현상들이 일어난다고 말했다면 결코 믿지 못했을 일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사회 기여
많은 사용자들에게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은 만큼, Ryan은 게임의 유저를 비롯해 업계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앞서 BM을 설명하면서 언급했듯 할인 행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누적 다운로드와 게임 n주년과 같이 플레이어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정표를 기념하는 이벤트 외에도, 미국의 독립기념일, 프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와 같은 사회적인 이벤트에도 동참해서 할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할인 외에도 디스코드를 통해 주최하는 이벤트로도 힌트 크레딧이나 레벨 패키지를 받을 수 있는 리딤 코드를 증정하고, 공식 상품을 무료로 보내주는 팬아트 경연 대회를 열기도 하면서 팬들에게 다시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도 합니다.
비단 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게임 외적으로도 나름의 방식들로 사회에 환원을 하려는 모습도 알아봅시다. 대표적인 것이 Black Live Matters 운동에 동참하여, 차별 금지 운동을 지원하는 단체를 통해 기부를 동참하고 이를 인증하는 캠페인을 열기도 했습니다. COVID-19로 인해 외부로 나가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출을 해야 해결할 수 있는 퍼즐의 난이도를 낮추고 공유 힌트 보상 갯수를 늘려 부담을 줄이는 등 COVID-19 모드를 도입해 모두의 안전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그가 설계한 상품 패키지들은 포장용 비닐 버블 캡처럼 플라스틱을 함유한 물건을 점차 배제하고, 재생 골판지 박스나 친환경 재생지 완충 등기 포장재와 같은 물건으로 대체하여 발송하고 있습니다.
업계를 위해서 실용적이고 다채로운 인디 앱들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홍보를 할 수 있게 돕는 Indie App Santa 어플리케이션의 첫 타자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사 앱
많은 유저에게 알려진 어플리케이션이 되었음에도 성공의 이면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블랙박스가 유명세를 탄 이후, 단순히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한 데에 그치지 않고 앱 데이터를 뜯어 그대로 이식해버린 표절작도 나타났습니다. 영세한 규모의 개발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도용당했을 경우나 표절로 의심받을 경우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가 어려워지는데, Blackbox의 경우는 양측 개발자 모두가 1인 인디 개발자인 경우에 속합니다.
Orbita AI(판매 중단)라는 앱이 바로 그 표절작인데, 원래 안드로이드에 똑같이 Blackbox라는 이름을 그대로 달고 출시하여 사람들이 Ryan의 공식 이식작인 것으로 오해했으나, 실은 약간의 디자인만 수정한 뒤 게임 내의 요소들을 코드까지 거의 그대로 가지고 온 불법 어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많은 팬들의 항의로 이름을 수정하고 약간의 차별점을 만들었으나 대동소이한 유사품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끝내 iOS에도 똑같이 출시하면서 버티다가 애플과 구글의 표절 어플리케이션 금지 조항으로 인해 현재는 사라졌습니다.
반면에 블랙박스의 정식 출시 후 약 3개월 뒤 나타난 Enigmbox(iOS/Android)는 기능을 이용한 퍼즐 해결이라는 면에서 많은 유사점이 있어 단순한 아류작으로 멈출 뻔 했으나, 직관적이고 간결한 힌트 그래픽을 사용한 Blackbox와는 다르게 좀 더 은유적이고 생동감이 있는 그래픽을 사용하는 한편 난이도 책정과 퀴즈 형식에 가까운 퍼즐 구성으로 많은 차이를 만들어냈고, 위 사례와는 반대로 여전히 양대 앱마켓에서 판매중입니다.
인디 개발자의 길
Ryan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여럿 있지만, 그를 인디 개발자로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한 것은 Blackbox로부터 얻은 성과들일 것입니다. 그는 여러 게임 디자인 및 개발 관련 수상작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마침내 iOS 개발자로서 큰 영예인 Apple Design Awards 2017 수상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라이언은 인디 개발자로서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어서 힘든 적이 많았다며, 모든 것을 통제하고자 하는 압박을 줄이고 이미 내린 결정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합니다. 본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자신을 지치게 만들고, 가끔은 회사의 어느 팀에 소속되어 책임을 덜어놓고 쉴 여유가 있었으면...하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개발을 하며 당시 API의 교체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만한 커뮤니티를 트위터 정도 외에 마땅히 찾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한편으로 모바일 시장에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인디 팀이나 개발자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단 한개의 앱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은 매우 드물지만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개발 포트폴리오로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인디 게임 개발 시장의 가능성을 평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뷰 이후 시간이 좀 지나 만들어진 Wordle과 같은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철저한 준비는 모자라지 않습니다. 인디 개발자는 대부분의 일상 생활을 개발에 할애하고, 소규모 팀에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재정과 건강을 갉아먹게 됩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기술적 문제가 나타나도 거의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인디 개발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이런 외로움과 압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라이언의 경우, 홀로 험난한 앱 개발 생태계에서 본인의 작품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제나 모두의 피드백에서 조언을 구하고,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첵을 찾으려 시도하는 그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아니 분명히 그 혼자이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던 유연한 발상의 전환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개성과 특색을 잃고 획일화된 모바일 앱과 게임 시장에 대한 비판이 많은 시기, 인디 개발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생각해볼 시간이 아닐까요.
Blackbox for Vision 출시 소식:
참고 자료
Ryan McLeod의 Medium 기고문 (바로가기)
AppSamurai 인터뷰 (바로가기)
BusinessInsider 기사 (바로가기)
raywanderlich 인터뷰 (바로가기)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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