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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재활/감상

요즘 스파이 패밀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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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 FAMILY (오프닝과 엔딩 영상)

 

어느샌가 화제성 있는 미디어 작품의 유행을 따라가기가 버거워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단 만화나 애니에 한정하는 것만이 아니고 신작 게임에서부터 걸그룹 음악까지도 군대시절에 챙겨 듣던 게 마지막일 정도였는데, 사회에 나오고 생계를 책임지려 악을 쓰다보니 내가 배워야 할 것들, 내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가 구분짓고 거기 속하지 않은 뭔가를 받아들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무감각하다 못해 그때 그때 수용을 하지 못하고 피로감만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요. 제가 관심있는 게임이나 드라마, 서적의 내용은 여전히 즐기고 있지만 언제 또 무신경해지면 하나 둘 놓쳐버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살기 위한 기술과 정보에도 언젠가 뒤처지고 둔해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도태에 빠진 삶이 되겠죠.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임은 분명할 겁니다.(이런 경향이 블로그의 글들이 플래시 시대 게임과 음악들에 집중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만...)

 

반성은 이쯤 하고, 그런 와중에 스파이 패밀리는 만화로 화제를 몰고 있던 시기부터 챙겨서 보는 몇 안되는 콘텐츠가 아닐까 합니다. 시작은 동생이 읽어보라고 던져준 만화책(지금은 정발판 8권까지 사놓고 보고있습니다)이었지만, 당시에는 만화를 잘 읽지 않는 상황이어서 고민했습니다. 그냥 만화 자체를 손대지 않던 상황을 설명하자면 위에 언급한 피로감은 새로울 것 없는 주제와 얄팍한 구상, 지나치게 불친절하거나 현학적인 설정, 빌드업이 아니라 분량을 늘려 인세를 타먹기 위한 전개가 나오는 순간 작품을 '하차'하게 만들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데, 한동안 손댈만한 작품이 난립하는 이세계물이라거나 일진물같은, 그냥 말초적 자극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짧게 치고 빠지는 덕질 상태라면 몰라도 일상과 영위하면서 긴 호흡으로 보고 즐기기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뭐 귀멸의 칼날이나 진격의 거인과 같은 메가흥행급 애니메이션이 있긴 했지만 취향도 아니었고, 내/외부적 논란도 있었고... 그나마 극장판으로 시작한 너의 이름은. 정도는 잘 봤던 것 같습니다. 언제적이야 도대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의 질을 선호하는 경향도 생긴 걸까요. 그런 면에서 볼때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할 거리와 여운, 기반에 깔린 긍정적 가치에 집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스파이 패밀리는 단순히 스파이물의 소재로써 전쟁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모티브를 유추할 수 있는 배경 사건과 이를 겪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한 반전주의적 메시지를 기저에서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평화의 위기와 혼란을 이성적인 작전과 전투가 아니라, 각자의 비밀이 있는 임시 가족의 신뢰와 애정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결국 작중 나왔듯이 "사람은 사람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면서도 코믹한 임기응변과 시너지를 통해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작품의 현재까지 전개를 봤을 때의 이야깁니다만, 명확한 이야기로, 이런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때가 겹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분도 있겠지만 어떤 말을 하고 싶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섬세한 고찰과 표현으로 반추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만화를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제가 나중에 어떤 작품을 만들더라도, 이처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르게 전달되어 그 작품의 가치가 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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